쥬라기공원 주제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카오스 이론과 과학의 외면화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제어한다는 것은 혼돈 효과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것을 쥬라기 공원의 몰락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돈과 명예를 쫓아 경쟁적으로 발전만 하려하는 현대 과학은, 내면화를 통한 자기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려받은 부' 비유가 그럴싸한 작품이기도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작의 영화가 워낙 유명해서 소설 역시 공룡이 등장하는 어드벤처 장르일 것 같지만, 사실 소설 자체는 테크노 스릴러에 가까우며, 윤리 없이 유전공학을 마구잡이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거대 기업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주제의식입니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크라이튼의 이전 소설이자 직접 감독한 영화인 웨스트월드와 매우 흡사합니다. 테마공원에서 서부시대 및 로마시대 같이 다양한 시대를 재현한 로봇들이 고장나서 사람을 죽인다는 줄거리로, 로봇과 공룡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즉, 공룡을 그 메타포로 사용했을 뿐입니다. 실제로 책의 1/5 지점이 되어서야 공룡이 처음으로 등장할 정도입니다.
위에서 상술한 '물려받은 부'와 자기 통제의 개념에 대해서 말하자면, 크라이튼은 이 자기 통제라는 부분을 '동양 무술에서 예의가 중요시되는 이유'를 예로 들면서 흥미롭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즉, 가라데를 배울 땐 단순히 신체만 단련하는 게 아니라 연장자에 대한 존중, 약자에 대한 배려, 자기방어와 폭력의 위험성 등을 같이 배우기 때문에, 수련자는 다른 사람을 쉽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육체를 갖게 되지만 함부로 그 힘을 휘두르면 안 된다는 개념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물려받은 부는 보통 그렇지 않으며, 현대 과학 역시 그런 식으로 축적된다는 것. 과학윤리의 필요성을 요청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