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기사 갑옷의 결과

《일리아스》의 무대가 되었던 고대 그리스는 원래 바다 민족의 침공 이전에는 소수의 엘리트 전사가 전쟁을 주도하며, 전차를 타고 싸우는 식이었습니다. 이때 당시의 갑옷은 마치 드럼통을 연상시키는 청동판 갑옷이었으며, 몸통 전체와 어깨부분을 완전히 가리는 갑옷이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가죽제 갑옷이나 방패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유기질 재료로 만들어진 유물들은 대부분 삭아버려 그 형태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당시의 투구는 남아있는데, 멧돼지의 어금니를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고정시킨 투구였습니다. 바다 민족의 침공 이후 암흑기를 거쳐 새롭게 탄생한 그리스 문명은 더이상 소수의 영웅과 전차는 사용하지 않았으나, 각 폴리스의 시민들이 청동 방패 호플론을 들고, 청동 흉갑과 투구를 착용하고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짜고 싸우는 형태로 변해있었습니다. 원래는 오른팔과 허벅지, 정강이와 발가락까지 감싸는 파노플리아(완전한 갑주라는 의미)라는 것이 있었으나, 너무 무겁고 장시간의 전투시 체력이 빨리 떨어지는 문제가 지적되어 그리스의 갑옷은 청동제 흉갑과 정강이받이만으로 간소화되었습니다.

이 그리스의 갑옷과 투구 스타일은 폴리스를 떠나 지중해 각지에 정착한 식민폴리스들에 의해 주변 민족에까지 퍼졌으며, 로마도 처음에는 이 그리스식의 갑옷과 무장을 한 군대였습니다. 명실공히 서양 갑옷의 시작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이 그리스의 갑옷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역시 청동흉갑의 무거움 때문에 흉갑은 리넨 천으로 두껍게 만든 갑옷으로 대체되었으나, 투구와 정강이받이는 여전히 청동제였습니다. 그리스 아테네의 이피크라테스가 리넨 갑옷을 솜누비 갑옷으로 바꾸고, 청동제 정강이받이를 가죽제로 바꾸는 경량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접전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리넨 흉갑과 청동제 투구와 정강이받이는 계속해서 유지됩니다. 로마도 왕정 시대에는 그리스식으로 무장했으나, 점차 삼니움을 비롯한 이탈리아의 라틴 원주민들과의 접전을 통해 그들의 무장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삼니움식의 청동흉갑을 받아들이는 등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또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던 켈트족의 공격을 받으면서 당시 켈트족이 사용하던 체인메일갑옷을 도입하는 변화도 겪었습니다. 이때부터 갑옷을 그리스에서 전래된 로망스 계통과, 켈트족을 비롯한 다양한 이민족들에게서 전래된 바바리안 계통으로 나누는 풍습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스식의 청동제 흉갑, 즉 로리카는 무겁다는 이유로 잘 쓰이지 않게 되었으며, 체인메일은 실전에서 찌르기까지 막기 위해 매우 촘촘해서 무게는 엇비슷했지만 통풍이 잘 되고 유연하여 매우 편하다는 이유로 로리카 하마타라고 불리며 로마군의 주력 갑옷이 됩니다. 다만 스타일은 평범한 메일 셔츠와 조끼, 그리고 그리스 리넨 흉갑의 스타일을 본딴 것이 있었습니다. 투구도 그리스 양식에서 벗어나 켈트 양식과 라틴 양식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재질은 대체적으로 공화정 때까지는 청동제였지만, 제정 시기에는 대부분 철제로 이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