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의 결과

인구가 매우 많은데다가 방송 광고 시장도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클 정도로 엄청난 대륙의 기상으로 인해 세계에서 드라마 제작 편수가 가장 많으며 그 가운데서도 크고 아름다운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가령 세트인데도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거대한 성채를 실제로 지어 놓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한 곳을 통째로 세트로 만들어 건설하거나, 의상실이 웬만한 의류공장 뺨친다든가. 《보보경심》이나 《옹정황제의 여인》 같은 경우 옷을 두세 겹 정도 걸치고 실제 고증에 맞춰 진짜 보석으로 장식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 고작해야 수십 명의 엑스트라 돌려막기+CG로 사극 전투신을 찍을 때 인해전술 엑스트라 대군 동원하는 대륙의 스케일이긴 한데 여기도 제작비 상승 및 인건비 문제로 엑스트라를 줄이는 게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방송 시장의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큰데 단일 중앙지상파 방송사인 CCTV(25개 채널),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성급 위성방송(35개 채널), 성급 지상파방송 및 지역방송 등 4단계로 구분되며 총 180여개의 방송사가 3,000여개 이상의 채널을 운영합니다. 각 가정에서 시청할 수 있는 평균 TV 채널수는 64.8개로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국의 TV 시청 커버리지는 9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TV 시청 수단인 케이블TV의 전체 가구 수는 2.35억이며, 디지털 TV 가구 수는 1.91억, 유료 디지털 TV가구는 4,505.41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채널별 전국 커버리지를 살펴보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국가급 채널이라는 특수한 지위에 힘입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중앙방송 채널이 전국 커버리지 상위 5개 채널 모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省)급 위성 채널 중 후난(湖南) 위성, 저장(浙江) 위성, 베이징(北京) 위성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전국 TV 시청자 수는 12.78억 명(4세 이상 기준)으로 전국 4세 이상 인구의 98.4%를 차지합니다.

주요 시청자 층은 여전히 청장년층(35~44세) 및 청소년층(15~24세)으로 각각 19%와 17.7%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중국의 방송 시장은 구조적으로 콘텐츠 수요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CCTV와 일부 성급 위성방송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부에서 100% 사전 제작된 드라마를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방송제작사들은 4,000여개가 넘습니다. 한국의 경우 독립제작사는 2013년 기준 503개 업체에 불과합니다.

아시아권 드라마들 중에서 사극쪽으로 가장 발달했으며, 중화권 사극은 유명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다룬 역사극도 유명하지만 고장극도 유명합니다. 고장극은 정통 역사가 아닌 주로 궁중야사, 권력투쟁, 후궁비화 등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추는데, 역사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허구적 요소가 더해진 권력과 사랑의 통속적인 이야기입니다. 의상이 옛날 의상인 드라마 사극에 무협, 판타지물, 타임슬립물까지 다 포함된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에서도 해를 품은 달이라는 작품이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는데, 중국에선 이런것을 고장극이라고 합니다.

무협드라마가 많은 편이며 액션신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습니다. 이는 중국 내 탄탄한 액션 제작진 풀(pool)뿐만 아니라 연기학원에서부터 각종 고전무술을 배우들에게 가르치기 때문. 배우마다 편차는 조금씩 있지만 웬만해선 남녀배우 주조연 할 것 없이 검술, 봉술, 체술 각이 나옵니다. 그러나 좀 오래된 드라마 같은 경우(혹은 제작사가 마이너한 경우) 와이어가 보인다든가 CG가 오글거리는 편. 물론 계속 보다보면 익숙해집니다. 덕심의 힘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가상의 설정이 많은 판타지 무협과 실존한 국가나 과거에 있음직했을 법한 사건을 다룬 정통 사극(역사물)으로 구분됩니다. 판타지물에는 로맨스 + 액션이 가미된 것들이 많고 젊은 층을 공략하는 반면, 정통 사극의 경우 로맨스 따윈 없고 권력 다툼이 내용의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스케일이 거대하다 못해 괴랄할 정도의 크고 아름다운 정통 사극 드라마도 대거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광전총국에서 사극드라마에 쿼터제(15%)를 실시하여 무협 드라마 수가 확 줄었습니다. 한 방송사에서 매년 200편이 방영된다고 하면 그의 15%인 30편의 사극만 방영될 수 있는 식입니다. 때문에 촬영 후 몇 년이 지나서야 방송이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 예로 여의명비전은 사극 쿼터제를 간신히 피해갔으나 촬영한 지 한~참이 지난 2016년에 방영되었습니다.

섬세한 복식 고증이나 시각적 스케일로 인해 정적인 상황이나 스샷에서 멋진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만, 실질적인 카메라 연출이나 편집은 발전이 더딘 편이었다. 미국 드라마까지 가지 않더라도 많은 발전을 이룬 한국과 비교해도 어딘가 화면이 잘 움직이지 않거나 어색하고 낡은 편집이 자주 눈에 띕니다. 제작사의 규모 여부와 상관없이 잘 보이는데 CG의 어색함과는 또 다른 문제라 뒤늦게 중드에 입문하려면 조금 난관이 될수도 있습니다. 액션같은 경우에도 조금 어색한 배우들의 모션도 카메라 워킹과 편집으로 멋지게 보일수 있는 세상에 좋은 액션 배우들을 놓고 되려 김빠지는 연출이 보여질때가 많습니다. 영화쪽을 봤을 때 단순히 이런 기술을 중국이 할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모로 드라마 제작 여건이 우리나라나 다른 해외와 상황이 다르긴 하다는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중드는 회차가 끝날 때의 엔딩연출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흔히 보는 드라마들은 다음화를 기대하게 하기 위해 막판에 스토리적으로나 화면연출적으로나 승부수를 두기 마련인데 중드는 그런 게 거의 없습니다. 방송시간이 45분이라고 하면 지금 내용 전개가 어쨌든 45분 칼같이 채우고 그대로 끝나는 수준. 스토리랑 상관없는 평범한 일상대화 도중에 갑자기 끝나버릴때가 많습니다. 사전제작이 대부분이라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전제작이어도 회차별로 강약조절하는 작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냥 중국 시스템상의 특색이거나 한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현대극'으로 불리며, 중국대륙은 한국풍, 대만은 일본풍, 그리고 홍콩은 영국/미국풍을 따라가는 편입니다. 장르로는 로맨스, 서스펜스, 시트콤(코미디) 등이 주를 이룹니다. 한동안 무협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현대극에 대한 기준치도 높아져서 점차 퀄리티가 상승하는 중.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사랑이 뭐길래,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대장금, 내 이름은 김삼순 등 많은 한국 드라마가 수입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동남아시아의 경우 예전에는 화교들 위주로 시청하던 것이 근래에는 현지인들도 찾게 되었습니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의 화교인구가 많게 잡으면 3천만 가까이 되기 떄문에 이들 사회에서도 소비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나라에서도 화교인구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넷플릭스에서도 한드, 일드와 함께 중드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자문화권이었던 베트남에서 사극을 중심으로 중국 드라마의 인기가 어느 정도 많은데 유튜브에 베트남어 자막이 달린, 혹은 더빙된 중국 드라마들이 널렸습니다. 1980년대 말까지 국경에서 국지전을 벌였던 중월관계를 생각하면 의외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과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가까운데다가, 정치 체제도 유사하기 때문에 베트남 당국은 다른 나라의 대중문화보다도 중국문화에 거부감이 덜합니다. 현재 베트남에서 TV를 틀어보면 중국 사극들이 베트남어 더빙으로 엄청나게 방영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극들은 아직 자체적인 세트장을 갖추지 못한 태동기라서 드라마 촬영시 중국 사극 세트장을 이용합니다. 물론 베트남 내부에서도 불구대천지원수 중국 드라마 따윈 갖다 버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대체하자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중국과 교역관계가 활발하다보니 중국 인기드라마가 USB를 통해 암암리에 퍼지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북한 TV에서도 중국드라마는 꽤 수입해서 틀어줍니다. 유명 중국드라마의 북한판 더빙버전도 가끔 비리비리나 유튜브에 올라오는것이 그 증거입니다. 더군다나 남한 드라마를 보다가 걸리면 재수없게 감방에 가거나 강제 노동을 해야 하는 것에 비해 중국 드라마를 보는 게 신상 면에서 안전하며 위에 언급되다시피 검열이 심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연간 방영되는 드라마의 수가 엄청나다 보니 남한 드라마보다는 상대적으로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있기에 입맛대로 골라볼 수도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드라마라고 해서 북한 당국에서 단속을 안하는것은 아니라서, 수입허가가 안난 작품은 단속하며, 간혹 구치소에 있거나 교화소에서 며칠 험하게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잇습니다. 대표적으로 《황제의 딸》을 본 북한 주민들을 처벌하라는 지시가 하달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중드팬은 메이저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있으며, 지금은 없어진 무협TV, 최근에는 중화TV가 중국의 히트 사극들을 적극 방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의 방영되는 중국 드라마는 대부분 고대에서 중세까지의 시대를 다룬 사극입니다. 근대 이후를 다룬 사극이나 현대극은 대부분 본토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중국공산당 특유의 검열을 포함한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질도 자국산이나 일본산, 미국산 드라마에 좋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서 수입할 메리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근대를 다룬 사극은 중국 드라마의 문제점 항목에서도 서술되어 있듯이 양판소, 막장 드라마 수준의 폭탄이 너무 많은 데다, 결정적으로 한국은 6.25 전쟁 당시 중국공산당의 개입으로 남북통일을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당시의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점철된 중국 근대 사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